지난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권한 남용을 막겠다는 개혁의 방향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형사사법제도의 기준은 권한의 배분이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가 끝까지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가에 있어야 한다.

이번 개정으로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만 가능해졌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는 남아 있지만, 그 과정에서 확보된 내용은 증거로 활용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절차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보완 기능은 크게 약화된 것이다.

이 변화가 가장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곳이 바로 장애인 피해 사건이다.

발달장애인, 뇌병변장애인, 청각·언어장애인은 자신의 피해를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중증 지체장애인은 경찰서에 출석하는 순간부터 큰 장벽에 부딪힌다. 이동의 어려움, 조사 환경의 불편, 장시간 대기, 의사소통의 제약은 진술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장애인 조사 과정에서 조력 부족과 접근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해 왔다. 그만큼 이 문제는 개인의 불편이 아니라 구조적인 권리의 문제다.

문제는 첫 조사에서 장애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다. 사건은 쉽게 “진술 불일치”나 “증거 부족”으로 정리되어 버릴 수 있다. 그동안은 검사가 기록 전체를 다시 들여다보며 누락된 부분을 보완할 여지가 있었지만, 이제 그 기능은 사실상 약화된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의 반복 진술이다.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의 진술은 증거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는 같은 이야기를 다시 경찰 앞에서 반복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장애인에게 반복 진술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기억의 혼란, 심리적 충격, 이동과 돌봄의 부담이 겹치면서 결국 사건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장애인 피해 범죄는 특정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애인 학대뿐 아니라 사기, 재산 착취, 임금 체불, 명의 도용, 폭행, 성범죄 등 일상 전반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초기 대응의 정확성과 신중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장애인 피해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취약 사건’으로 명확히 분류되어야 한다. 신뢰관계인, 변호인, 수어통역사, 진술조력인, 활동지원사 등의 참여가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불송치나 불기소로 종결된 사건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기관이 다시 검토할 수 있는 이중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검찰개혁이 장애인의 권리 축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형사사법제도의 목적은 기관 간 권한 조정이 아니라, 가장 말하기 어려운 사람의 목소리까지 끝까지 듣는 데 있다.

말하기 어렵고, 이동이 어렵고, 설명이 어려운 사람에게 ‘한 번 더 진실을 말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의의 최소한이다.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의 제도는 반드시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장애인이 다시 한 번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길은 남아 있는가.”

그 길이 닫히는 순간, 개혁은 정의가 아니라 또 다른 배제가 될 수 있다.

- 김경진 (사)경남척수장애인협회 거창군지회장